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
- 선운사에 상사화를 보러 갔다
김소연
꽃이 지고 잎이 난다
꽃이 져서 잎이 난다
꽃이 져야
잎이 난다
할망구처럼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본다
목덜미에 감기는 바람을 따라온 게 무언지는
알아도 모른다고 적는다
바다 위로 내리는 함박눈처럼
소복소복도 없고 차곡차곡도 없었다고
지금은 그렇게 적어둔다
꽃 지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걸지라도
꽃 피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거라고
오히려 적어둔다
잘했다고
배롱나무가 박수를 짝짝 친다
저녁밥 먹으러 나는 내려 간다
고깃집 불판 위 짐승의 빨간 살점을
양양 씹는다
* 출처 : 김화영 엮음 『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 주세요』(시와시학사.2008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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