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(詩)
황산 동리 제공과 더불어 동령에서 폭포를 구경하다[與黃山東籬諸公 賞瀑東嶺]
여름산에 비가 새로 말쑥히 개니 / 夏山新霽雨
넘실넘실 맑지 않은 시내는 없네 / 無溪不淸漪
첩첩이 포개진 저 비취 무더긴 / 百疊翡翠堆
유달리 시냇가나 뫼의 이마에 / 峯顚與澗涯
빈 산이라 사람 마음 고요도 한데 / 空山寂人心
그대는 끝내 뉘를 생각하는고 / 之子竟誰思
굳은 돌은 얘기를 나눔직하나 / 石頑猶堪語
물은 빨라 쫓아갈 수가 없구려 / 水駛不可追
그윽한 소나무는 고사와 같고 / 幽松若高士
흰구름은 기이한 색태를 내네 / 白雲媚奇姿
금고로 나의 애를 충실히 하고 / 金膏充我腸
수벽으로 나의 눈썹 물들인다오 / 水碧染我眉
신선길이 영원히 세상 등지니 / 僊路永隔世
뉘라서 가는 실을 탄단 말인가 / 誰敎緣細絲
나는 이제 진념(塵念)을 끊고자 하니 / 我欲斷塵□
즐거움도 없고 또 슬픔도 없네 / 無懽而無悲
[주C-001]황산 동리 : 황산은 김유근(金逌根), 동리는 김경연(金敬淵)의 호임.
수락산 절[水落山寺]
나는 저 해와 달을 쳐다볼 적에 / 我見日與月
광경이 늘 새로움을 깨닫는다오 / 光景覺常新
만 가지 상이 각각 다 그대로라 / 萬象各自在
헤일 수조차 없는 이 나라 이 땅 / 刹刹及塵塵
뉘라 알리 가물가물 텅빈 저곳에 / 誰知玄廓處
이 눈이 이 사람과 함께 한 것을 / 此雪同此人
빈 소리는 착각하면 비가 되는데 / 虛籟錯爲雨
환화란 끝내 봄을 못 이루누나 / 幻華不成春
손 가운데 백이라 억의 보물은 / 手中百億寶
이웃에서 빌리는 게 아니랍니다 / 曾非乞之隣
[주D-001]헤일 수……이 땅[刹刹塵塵] : 불가의 용어로 무수한 국토(國土)의 뜻임.
하양 고을 원이 되어 나가는 황정 이두신을 보내면서[送黃庭李斗臣 出宰河陽]
나는 본래 금석에 벽이 깊다면 / 我本癖金石
그대는 시 노래를 절로 잘했네 / 君自善歌詩
화성은 고대의 이지현이라 / 花城古梨旨
옛날엔 폐현의 비가 있었네 / 舊有廢縣碑
멀리 은 바친 일을 거슬러가고 / 遠溯貢銀事
아울러 불화의 시대 밝혔네 / 並徵不花時
올리고 폐한 것이 정해져 있어 / 升廢各有定
최해 글에 역력히 나타났도다 / 歷歷崔瀣詞
석묵이 영남에 하도하지만 / 石墨擅嶺南
대개는 다 사탑의 유물이로세 / 多是寺塔遺
이 비만은 호올로 그렇잖아서 / 此碑獨不然
실지 일을 오히려 추적할 만해 / 實事尙可追
이끼꽃 다닥다닥 오백 년이라 / 苔花五百年
교리 몸에 손질할 사람 없었네 / 無人剝蛟螭
나를 위해 끝까지 수색해다오 / 爲我窮搜索
탑본의 소비쯤은 아끼지 말고 / 莫惜費氈椎
지금은 백성 일이 은성도 하고 / 方今民事殷
농무는 무엇보다 급한 때라서 / 田政且亟其
이와 같은 한만한 일에 대해선 / 而此汗漫事
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테지만 / 似若無暇爲
조각돌이 혜택을 받는다면은 / 片石承惠澤
백성에겐 유를 미뤄 알게 아닌가 / 黎黔可類推
나는 의당 하비도를 첨가할 테니 / 我添賀碑圖
그대는 또 한번 노래나 하게 / 君又一歌之
[주D-001]화성은……이지현 : 하양(河陽)의 고호임. 이지는 본시 영주(永州)의 이지은소(梨旨銀所)인데 고려 말에 승격하여 현을 만들어 영주에 소속시켰다가 이 태조(李太祖) 때에 폐현이 되고 화양으로 소속되었음.
[주D-002]불화 : 토인(土人) 야선불화(也先不花)를 말하는데 그는 원(元) 나라 궁중의 급사(給事)로 공을 쌓아 그 공으로 향관(鄕貫)을 승격시켜 현으로 복구시켰다. 그 뒤에 야선불화가 사명을 받들고 본국으로 돌아와 말하기를 "본현의 흥복천사(興復遷徙)에 대하여 비가 없을 수 없다." 하므로 최해가 그 비문을 지었음.
[주D-003]최해 : 경주인(慶州人)인데 자는 언명(彦明)이고 호는 졸옹(拙翁)이다. 고려 충숙왕(忠肅王) 8년에 원(元)의 제과(諸科)에 합격하여 개주 판관(蓋州判官)에 제수되었는데 병을 칭탁하고 본국으로 돌아와 검교성균대사성(檢校成均大司成)이 되었음. 이지현의 폐흥(廢興)의 전말을 기록한 비문을 지었음.
[주D-004]교리 몸 : 비석인데 최해의 비를 말함.
곡산 임소로 가는 백 도호를 보내면서[送觀白都護之任谷山]
십곡이라 성 머리 구름이라면 / 十谷城頭雲
말흘이라 여울 위 달이로구려 / 末訖灘上月
아름다운 의관의 지역으로서 / 鬱鬱衣冠地
서도(西道)에 손꼽히는 명부였다네 / 名府雄西臬
온갖 신령 용연을 호위하거니 / 百靈護龍淵
천장은 어찌 그리 찬란도 한고 / 天章何皇矞
사슴수레 갑자기 간 곳이 없고 / 鹿乘忽無處
옛 굴에 남겨 있는 신비한 자취 / 秘跡留古窟
수레 말은 사도의 교충(交衝)이라면 / 車馬四道交
요진 목은 여기가 문궐이라오 / 阨要此門闕
동쪽의 경계선인 노인참에는 / 東隙老人岾
돌사다리 삐걱삐걱 높이 고였네 / 石棧撑臬兀
가등놈이 옛날 북을 침략해 와서 / 加藤昔北寇
호접진(蝴蝶陣)을 치고 실컷 날뛰었거든 / 蝶陳恣隳突
옛날에도 역시 패라 이름하였던 / 於古亦名浿
웅수는 넘실넘실 흘러가누나 / 能水流汨汨
예는 바로 온조의 강역이거늘 / 是爲溫祚域
늪이 얕아 그릇되어 요하(遼河)로 갔네 / 豬淺枉遼越
그대 지금 다행히도 이곳을 가니 / 君今此中去
방여의 결함된 델 보충해 놓게 / 方輿煩補缺
[주D-001]십곡 : 곡산의 고호인데 고구려 때의 이름임.
[주D-002]말흘이라 여울[末訖灘] : 본군 북쪽 25리에 있는데 근원은 양덕현(陽德縣)에서 나와 평양 대동강으로 흘러 들어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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