LEE MIN YOUNG,추천시와 추천 문학

(이민영의 생에 대한 시-20,따듯함의 풍요에 對하여) 부엌의 불빛--이준관

LEE MIN YOUNG 2006. 3. 20. 14:35
(李旻影의  생에 대한 詩읽기-20, 따듯함의 풍요에 對하여)

      부엌의 불빛 이준관 부엌의 불빛은 어머니 무릎처럼 따뜻하다. 저녁은 팥죽 한 그릇처럼 조용히 끓고, 접시에 놓인 불빛을 고양이는 다정히 핥는다. 수돗물을 틀면 쏴아- 불빛이 쏟아진다. 부엌의 불빛 아래 엎드려 아이는 오늘의 숙제를 끝내고, 때로는 어머니의 눈물, 그 눈물이 등유가 되어 부엌의 불빛을 꺼지지 않게 한다. 불빛을 삼킨 개가 하늘을 향해 짖어대면 하늘엔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첫 별이 태어난다. 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.

엄니는 언제나 나보다 일찍 일어나신다.

아침 5시, 이십리 길의 아침 등교길,

30년 전 시골은 버스가 귀한 시대라 읍내까지 걸어서 학교에 다녀야 한다.

엄니는  그렇게 밥을 챙겨놓고 깨우고 나를 보낸다. 또 저녁은 어떠한가,

꼭두새벽 부터 밤이 잠들 때 까지,

가을 귀뚜라미도 지쳐서 냅다 다리를 주욱 뻗고

실겅을 침대 삼아 잠을 청할때

아들은 '초고지 불 아래 상다리'로 책을 보면  

엄니는 그 옆에서 모시를 삼는다.

모시 한 올 한 올, 그 만큼도 똑같이 가늘게,

 

이제 세월이 일순배한 지금, 초고지 불이 아닌 부엌 전깃불 아래서

그 엄니의 엄니와 그 아들의 아들이

그때처럼 똑같이 숙제를 한다.

싱크대 앞.., 차 한잔, 과일 한 접시 그리고 무엇을 그렇게도 챙기는지

자꾸만 입에 넣으려는 엄니와 

괜찮다고 먹지 않으려는 아들의 실랑이가 거실부엌밤을 환하게 밝힌다.

언제나 따듯하다.

....李旻影(시인)

 

 

 


 


* 출처-이준관 시집<부엌의 불빛>시학社,시하늘전향제공
* 음악 : Ennio Morricone - The Mission - Gabriel's Oboe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(그림.시하늘카페-전향님 제공)